2005. 1. 5. 조선일보


'디지털 동국여지승람' 만들겠다

김현교수, 각 지역 역사·인물 DB작업
10년 계획… 3월 성남 지역편 첫 완성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입력: 2005.01.05 18:03



  한국학중앙연구원(옛 정신문화연구원) 김현(金炫·46) 교수는 올해 나올 첫 성과에 한껏 부풀어 있다.

  전국 232개 시군구 지역의 역사·인물·풍속자료를 집대성해 디지털화하는 ‘향토문화 전자대전’ 사업의 첫 결실이 오는 3월 성남 지역편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또 청주·진주·구미·남원 등 4개 지역에 대한 작업이 시작된다.

  “조선 성종 때 조선팔도 360개 고을의 모든 것을 기록한 ‘동국여지승람’을 계승한 ‘디지털 동국여지승람’입니다.” 앞으로 10년간 연인원 5만7000여명의 연구자와 1164억원을 투입하는 엄청난 사업으로, 58만 항목의 텍스트와 사진자료 18만종, 동영상 1만1600종, 음향자료 2만3200종을 집대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자료를 단순히 전산화하는 기능적인 일이 아니에요. 각 지역의 전통문화를 기록해 한국학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입니다. 정보화하지 않으면 소멸됩니다.”

  김 교수는 ‘인문정보학’이란 생소한 전공을 개척했다. 한국철학으로 박사학위(고려대)를 받은 철학자인 그는 지난 10여년간 조선왕조실록(95년), 사마방목(司馬榜目·97년), 고려사(99년), 한국문집총간(98~2001년)을 CD롬에 담아낸 컴퓨터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인문학 분야의 이들 중요 자료는 일일이 책을 뒤져야 했을 것이다.

  지난해 연구원으로 옮긴 김 교수는 지난 85년 과학기술원 시스템공학연구소에 연구원으로 들어가면서 국학 전산화와 인연을 맺었다. 국학자료 전산화를 위해 컴퓨터 시스템을 연구하겠다는 젊은 인문학도의 사명감을 연구소는 흔쾌히 받아주었다. 그 뒤 서울시스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을 거치며 그는 인문학과 컴퓨터 기술을 겸비한 국학자료 전산화의 1인자가 되었다.

국학 전산화의 첫발을 내디딘 지 20년이 되는 올해, 그는 두 가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꾸미고 있다. 하나는 향토문화대전에 북한지역을 포함시키는 일이다. 지난해 3월 북한도 ‘문화유산통일대전’을 함께 만들자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제안해왔다. 또 하나는 대학원에 인문정보학 석사과정을 개설하는 것. “인문학 정보자료의 내용을 이해하고 선별하는 콘텐츠 전문가가 정말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문학 자료 정보화의 1인자 김현 교수는 “정보는 모으지 않으면 사라져 버린다”며 디지털 DB화 작업을 촉구한다. / 이명원 기자